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투명한 집 - 김열

권희찬 2016. 9. 2. 09:33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영주, 효자마을

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투명한 집

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김열

        아프다 아내가 자주 아프다 아내가 자주 몸을 힘겹게 풀고 눕는다 겨울밤 아내의 앓는 소리에는 바람이 산다 바람이 태어나 첫 만남과 그 약속을 묻고 지나간다 그 바람 속에는 성에도 끼지 않는 집이 덩그라니 세워져 있다 문득문득 터지는 플래시처럼 밤풍경이 산자락 나무가 사방으로 몰려와 놀란 표정으로 엿보는 그 집 속에는, 녹슨 철사 같은 머리카락을 기르며 아내가 누워 있다 그 때마다 하얗게 숨을 죽인 텔레비젼은 한쪽에서 채널을 바꾸고 있다 전기 장판 위에 웅크리고 가습기처럼 앓는 소리에는 창을 흔들고 가는 바람이 자란다 밤새 얇고 투명한 집을 지키는 바람이 산다

여수의 잠
작가
김열
출판
애지
발매
2007.10.31.
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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